지략과 공로가 있은들
권영심
勇略震主者身危,功蓋天下者不賞
(용략진주자신위, 공개천하자불상)
위의 글은, 사마천의 사기중의 -회음후열전-에 나오는 글입니다.
'용기와 지략으로 주인을 떨게 만드는 자는 몸이 위험해지며, 공로가 천하에 널리 퍼진 자는 상을 받지 못한다.'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건국한 한신은, 모두가 놀라는 큰 전과를 세웁니다. 서하를 건너가 위나라 왕과 하열을 사로 잡았고, 군대를 이끌어 정형으로 내려가서 성안군을 베어 죽이고 조나라를 항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연나라를 제압하고 제나라를 평정했으며, 초나라의 대병 20만 명을 괴멸시키고 용저를 죽이는등 상상치도 못 하는 전과를 세웠 습니다. 이 전과를 본 괴통이 한신을 간곡하게 설득합니다.
"장군,부디 제 말을 들으십시오. 용기와 지략으로 군주를 두렵게 만드는 신하는 그 일신이 위태롭고,공로가 천하에 알려진 자는 상을 받지 못한다라고 합니다. 장군의 용맹과 공로는 이미 천하에 알려졌고 한나라 왕,유방에게 보고 되었습니다. 천하에 일찌기 없었던 이런 공로는, 천지에 둘도 있을 수 없고 이런 지략 을 갖춘 사람은 아무 시대에나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장군은 군왕을 두려움에 떨게 할 만큼의 위세를 지녔고, 상을 줄수 없을 만큼의 큰 공을 이루셨으니 이제 어디로 돌아가려 하십니까? 초나라로 돌아가려 해도 그 사람들이 감당하지 못할 것이고,한나라로 가려 해도 군왕이 떨며 두려워할 것입니다. 신하의 위치에 있으면서 군주를 가리는 위세와 명성을 지녔으니, 장군은 지금 매우 위태한 지경에 놓여 있습니다."
괴통의 이 간언에 한신은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요? 한신이 누구 입니까? 한초삼걸의 하나로 불세출의 용장이며, 한의 개국공신 입니다. 초나라 평민으로 출신이 비천하여 항우에게 냉대를 받고, 장량의 권유로 유방에게 가서 그를 알아 본 승상 소하의 힘으로 대장군이 되어, 초한전에서 한나라를 승리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런 한신에게 괴통이 충언을 올렸으나,한신은 끝까지 유방 한고조를 굳게 믿었습니다. 그러나 한신은 괴통의 걱정대로 한나라의 기초가 확립되고, 유씨 일족이 대거 기용되자 초왕에서 회음후로 밀려나고 맙니다.
그런 신세가 되자 한신은 토사구팽이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 지만, 이미 한고조의 눈에는 한신이 곁에 둘수 없는 두려운 존재 가 되고 만 것입니다. 한신은 벽지인 회음현에서 어떤 일도 벌이지 않고 조용히 지냈으나, 한고조는 물론,황후인 여씨에게도 눈엣가시가 되었고 기어이 반란에 가담했다는 빌미를 잡아 참수형에 처하고 구족이 멸해지고 맙니다.
괴통의 예언대로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일은 역사 속에서 수 없이 반복되어져 왔습니 다. 조선의 선조와 이순신장군의 관계 도 그렇습니다. 전장에서 전사한 것이 어쩌면 천만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충무공이 그렇게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우리 역사의 한 장면에 그 불세출의 충신이 암군에게 죽임을 당하는 장면을 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한강토가 누구의 손으로 구해졌는지,충무공이 백성들에게 어떤 존재일지 누구보다 선조가 가장 잘 알았습니다. 그가 인군의 자질이 있었더라면, 나라를 위해 충을 다한 이순신을 끌어 안아 명군이 되었을 겁니다. 그 모습만 보였어도 선조는 명군으로 대대손손 칭송받았을 겁니다;
군주들은 어찌하여 자신을 위해 큰 공을 세운 신하들을 결국 죽음으로 몰아 갈까요? 인간의 타고난 질투, 시기심일까요? 오늘날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정치권 뿐만 아니라 숱한 인간사 에서 반복되어지는 것을 봅니다. 아무리 뛰어난 공로가 있은들, 그 공로가 주군의 것이 되지 못 하는 것을 의심받게 되면, 모든 것은 무위로 돌아갑니다.
주변에서 더욱 소근거리며 의심의 안개를 만들고, 그 안개에 시야가 가리워진 주군은 결국 의심과 분노의 늪에 빠집니다. 그럴 때의 처신에 따라 운명이 결정됩니다. 한신은 끝까지 한고조를 믿었으나,유방은 한신의 명성에 이미 큰 상처를 받았습 니다. 분명 황제는 자신이건만 천하에 연호되는 이름은 한신이었으니까요.
그때까지의 공로는 이미 공로가 아니게 되어 버렸습니다. 유방은 황제로서 살아가기 위해 한신을 없애야 했고,그것이 그 시대의 룰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회음후의 고사에서 신하되는 자. 또는 후배나 아랫사람이 되는 자,오늘날 어떤 처신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 보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