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입을 닫으라는 정치, 그 오만함에 대하여

  • 등록 2025.12.19 1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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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노인들은 투표하지 말고 집에 가서 쉬어라.”
“늙은 교사 한 명 내보내면 젊은 교사 세 명이 들어온다.”
“노인들의 투표를 막으려면 엘리베이터를 없애야 한다.”

 

[매일뉴스]

차마 정치인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운 이 말들은 실제로 우리 정치 현실에서 공개적으로 쏟아졌던 노인 폄하 발언들이다. 세대를 갈라치기 하고, 나이를 이유로 국민의 권리를 부정했던 막말 정치의 민낯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런 발언을 했던 정치인들 상당수가 이제는 스스로 60대를 넘어섰고 여전히 정치권과 권력의 중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각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정책에 대한 논쟁은 자유롭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존엄을 짓밟는 표현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옳은 주장이라 해도 그 방식이 패륜적이라면 결코 정의로울 수 없다. 노인을 향한 조롱과 혐오는 정치적 소신이 아니라 인격의 결여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라는 말이 회자되는 사회가 된 이유를 정치인들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정치를 하려면 민심을 두려워해야 한다. 민심은 곧 천심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설령 특정 세대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도리는 지켜야 한다. 노인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인은 결코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이런 인물들이 여전히 정치판과 권력기관에 남아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막말 정치인들이 폄하하는 노인 세대는 분명 이 나라를 일으켜 세운 주역들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화를 이뤄냈고, 자녀 세대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했던 부모 세대다. 몸이 부서져도 일터를 떠나지 않았고, 나라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헌신했던 이들이다. 그런 세대를 향해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내치는 정치가 과연 정상인가.

 

국회의원을 우리는 ‘선량(選良)’이라 부른다. 학식과 능력을 갖춘 인재라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의 국회는 민생보다 정쟁을, 국민보다 자기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모습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70년이 넘는 국회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성숙함 대신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면 비판받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 정치인들과 고급 관료들은 과거의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동시에 다시는 세대를 갈라치기 하는 언행이 정치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스스로 절제해야 한다. 나아가 노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사회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일자리·복지·의료·돌봄이 연계된 획기적인 노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나이를 이유로 배제되는 사회는 결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정치의 품격은 가장 약한 세대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총선은 단순히 지역 대표와 국회의원을 뽑는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의 품격을 심판하는 자리이며, 국민을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한 평가의 장이다. 특히 노인을 향한 막말과 혐오 발언을 일삼았던 정치인들에게 이번 선거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시험대가 될 것이다. 표를 구할 때만 고개를 숙이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오만한 언행으로 돌아가는 정치에 대해 유권자들은 더 이상 관대하지 않다.

 

노년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과소평가하는 정치인은 결국 민심을 오판하는 것이다. 노인들은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판단력이 흐려진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수많은 정권 교체와 정치의 부침을 지켜본 가장 경험 많은 유권자들이다. 세대를 갈라치기 하며 노인을 배제하려는 정치인은 이번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반드시 국민의 냉정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유권자가 바꾼다는 단순한 진리가 다시 한 번 증명될 것이다.

 

                                     (사) 인천시 서구발전 협의회
                                                 회장 김 용 식
 

조종현 기자 maeilnewstv0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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