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부평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
민주주의는 투표소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실현된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 확대는 단순히 선거권 연령 조정이라는 제도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만이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참여하는 시민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몇 년 사이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들은 기후위기, 교육, 노동, 인권, 디지털 환경 등 자신들의 삶과 직결된 다양한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사회적 의제를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민주주의의 외연을 넓히는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특히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청소년들에게 선거는 단순한 정치적 행위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하는 시민 경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성적 중심 사회가 만든 또 다른 과제
한편 청소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우리 사회의 교육 환경은 오랫동안 입시 경쟁과 성적 중심 평가 체계 속에서 운영되어 왔다. 이러한 구조는 학업 성취를 높이는 측면도 있었지만, 동시에 청소년들의 다양한 가능성과 개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교육계와 청소년 전문가들은 지나친 경쟁 구조가 학업 스트레스, 불안감, 심리적 위축, 사회적 고립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은 현실과 온라인 공간을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온라인 공간은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혐오 표현과 왜곡된 정보, 사이버폭력 등 새로운 위험 요인도 함께 존재한다.
청소년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업 성취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관계 형성, 그리고 존중받는 경험이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상 속 차별을 바라보는 감수성의 중요성
성평등 민주주의 역시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에 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성평등과 인권 감수성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성별, 나이, 장애, 출신 배경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는 차별적 언행과 편견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존중과 배려의 가치를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되는 표현이나 행동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시기에 있기 때문에, 차별과 혐오가 아닌 상호 존중과 평등의 문화를 경험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는 제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성평등은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성교육, 예방을 넘어 권리 교육으로
오늘날 청소년 성교육 역시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성교육이 생물학적 지식 전달이나 위험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인권·관계·존중·의사소통 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부평구청소년성문화센터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존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성인지 감수성 향상, 디지털 성범죄 예방, 건강한 관계 형성, 자기결정권 이해 등 청소년들이 실제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할 수 있는 안전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청소년의 한 표가 만드는 변화
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단순히 선거권 행사의 의미를 넘어선다. 그들의 한 표에는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 차별 없는 사회를 희망하는 목소리, 안전하고 존중받는 공동체를 원하는 기대가 담겨 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과 지역사회를 고민하며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때 민주주의 역시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청소년 역시 시민으로서 권리와 책임을 함께 고민할 때 비로소 진정한 참여 민주주의가 완성될 것이다.
청소년의 첫 투표는 단순한 정치적 경험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과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민주주의의 첫걸음이며,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의미 있는 출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