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7 (금)

  • 흐림동두천 25.7℃
  • 흐림강릉 24.8℃
  • 흐림서울 28.6℃
  • 대전 26.7℃
  • 흐림대구 22.5℃
  • 울산 23.7℃
  • 흐림광주 29.6℃
  • 박무부산 26.2℃
  • 흐림고창 28.7℃
  • 구름많음제주 29.0℃
  • 흐림강화 24.9℃
  • 흐림보은 25.0℃
  • 흐림금산 26.4℃
  • 구름많음강진군 27.1℃
  • 흐림경주시 23.3℃
  • 구름많음거제 25.8℃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운전자만 죄인인가… 교통정책의 균형이 필요하다

보행자 보호는 당연하지만, 책임과 의무도 함께 논의돼야
무단횡단·PM 불법주행·자전거 위반은 여전한데… 운전자 규제만 늘어나는 현실

 

【매일뉴스ㅣ인천=김학현 기자】 

도로 위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지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 대부분은 "운전자"라고 답할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이동수단인 만큼 높은 수준의 안전 의무가 요구된다. 음주운전, 과속, 신호위반 등 중대한 교통법규 위반은 엄격히 처벌받아야 하며, 운전자 스스로도 안전운전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문제는 최근 교통정책의 흐름이 '안전'이라는 이름 아래 특정 주체에게만 책임을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도로는 운전자 혼자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다.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오토바이 운전자,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이용자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공 공간이다. 그러나 정책과 제도는 점차 자동차 운전자에게만 더 많은 의무와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행자 보호 의무 확대다. 보행자 보호는 선진 교통문화의 핵심 가치이며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횡단보도 진입 여부를 둘러싼 모호한 기준이나 과도한 책임 부과에 대해 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운전자들은 "보행자가 횡단 의사가 있는 것만으로도 차량을 정지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정상적인 주행이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한다.

 

반면 보행자의 의무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는다. 무단횡단은 여전히 도심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신호를 무시한 도로 진입이나 스마트폰을 보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위험한 행동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야간 시간대 검은색 의류를 입고 갑작스럽게 차도로 진입하는 사례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개인형 이동장치(PM)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법적으로 차도를 이용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인도와 차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신호를 무시하거나 역주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2인 이상 탑승, 안전모 미착용, 무면허 운전 역시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단속과 처벌은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전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부족한 상황에서 차도와 인도를 오가는 주행이 반복되고 있으며, 신호위반이나 야간 무등화 운행 등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오토바이의 경우도 인도 주행, 중앙선 침범, 번호판 훼손, 소음 문제 등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정책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결국 도로 위 위험 요소는 다양한데, 정책적 부담은 자동차 운전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불만이다. 물론 운전자들이 억울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이 문제를 꺼내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는 사고 발생 시 가장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이동수단이며, 그만큼 높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은 분명하다. 그러나 책임에는 균형도 필요하다.

 

보행자 보호를 강화한다면 보행자의 안전 의무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 PM 이용을 활성화한다면 이용자의 법규 준수 역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자전거 이용 환경을 확대한다면 신호 준수와 안전장비 착용 문화도 동시에 정착시켜야 한다.

 

선진 교통문화는 특정 집단을 규제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운전자,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오토바이 운전자,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 모두가 각자의 권리와 책임을 함께 지킬 때 비로소 안전한 도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

 

본 기자가 바라는 교통정책은 단순히 처벌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다. 보행자도, 운전자도, 자전거 이용자도, 전동킥보드 이용자도 함께 책임지는 정책이다.

 

교통정책의 목표는 누군가를 잠재적 가해자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이제는 "운전자만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넘어 "우리 모두가 함께 안전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갈 때다. 안전은 특정 집단의 희생 위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과 배려 위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배너
프로필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