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뉴스ㅣ인천=이기신 기자】 지난 6·3 지방선거 당일 인천 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투표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대학가까지 나서 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과 부실 행정을 강하게 규탄하며 전방위적인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 18곳 투표소 용지 부족… 선관위, 늑장·부실 파악 '빈축'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시 선관위에 추가 송부를 요청한 인천 지역 투표소는 총 18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구별로는 연수구 6곳, 남동구 6곳, 미추홀구 3곳, 계양구 3곳이다. 이 가운데 실제로 추가 송부된 투표용지를 사용해 투표를 진행한 곳은 연수구 6곳, 남동구 2곳, 미추홀구 2곳, 계양구 1곳으로 파악됐다.
선관위의 부실한 현장 파악과 '말 바꾸기'식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인천시선관위는 선거 이튿날인 4일 사과문을 통해 투표가 지연된 곳이 연수구 송도5동 제1투표소와 동춘1동 제6투표소 등 2곳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선거가 발생하고 6일이 지난 9일에서야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잠시라도 투표가 지연 및 중단된 곳은 송도5동 제1투표소 1곳뿐이었다고 사실관계를 뒤늦게 정정했다. 선거 행정의 핵심인 투표 지연 현황조차 며칠이 지나서야 파악하는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 연수구 송도1동과 송도2동의 관내 사전투표 개표 결과에서 각각 3,030표와 1,440표라는 동일한 숫자가 나타나면서 조작 의혹 등 유권자들의 불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상세 내역을 보면 전체 투표자 수 등은 모두 다르며 서로 다른 장소에서 집계된 결과가 우연히 일치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부터 여야까지 격돌… "국정조사·특검·선관위 해체" 촉구
투표용지 조기 소진으로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소 안팎에서 하염없이 대기하다가 끝내 투표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 발생하자, 정치권은 일제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이튿날인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국회는 이번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조속히 국정조사를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하라고 지시하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독립기관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선관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인천 지역 여야 정치인들도 한목소리로 목소리를 높였으나, 해법에서는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엄정한 책임 추궁과 국정조사, 필요시 특검 도입을 주장하면서도 과도한 부정선거론으로의 비화를 경계했다. 정일영(인천 연수구을) 의원은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사표가 아니라 파면과 수사 등 강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과거 21대 총선 재검표 사례를 들며 부정선거 연결에는 선을 그었다. 박선원(인천 부평구을) 의원은 예측 가능한 사전투표제를 두고도 용지를 부족하게 공급한 선관위의 책임을 물어 "문제가 된 지역은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해체 수준 구조 개혁과 정부 책임론을 함께 거론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을 요구하는 한편, 외부감사 의무화 및 선거관리체계를 국제 표준에 맞게 전면 개편하는 '선관위 2단계 해체 안'을 제안했다. 배준영(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의원은 시·도 및 시·군·구 선관위까지 국회가 직접 국정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력히 촉구했다.
"미래 세대 가르치기 부끄럽다"… 인천 대학가 동시 성명 발표
선관위를 향한 분노는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청년 대학가로도 번졌다. 인하대학교를 비롯해 인천대학교, 가천대학교 메디컬 캠퍼스, 경인교육대학교 등 인천 지역 4개 대학 총학생회는 일제히 규탄 성명서를 내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국가의 과실로 인해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국민의 숭고한 권리가 투표 현장에서 가로막혔다"라며 "선관위의 자정 능력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즉각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립인천대 총학생회 역시 "유권자가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신뢰가 흔들릴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가천대 메디컬 캠퍼스는 "수요 예측 실패와 현장 대응 부실을 초래한 선거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라"고 촉구했으며, 경인교대 총학생회는 "미래의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헌법적 가치가 공정하게 실현되는 사회라고 부끄러움 없이 가르치기 위해 침묵하지 않겠다"며 선관위의 무책임한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19일까지 ‘투표용지 부족사태 진상규명위원회’를 운영해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선관위의 자체 조사가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