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뉴스ㅣ인천=이기신 기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의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한계에 다다른 전국의 소상공인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를 필두로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소상공인 단체들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생존권 사수와 고용정책 대전환 촉구 범소상공인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상공인 3,000여 명이 참석해 정부와 국회를 향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월평균 수익 191만 원, 폐업자 100만 명 시대의 비명
소상공인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집단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심각한 경영난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지속되는 고물가 기조와 높은 금리, 불안정한 환율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골목상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임대료와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식자재 가격, 배달 플랫폼 수수료, 그리고 인건비까지 사업 운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영세 사업자들의 부담은 이미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소상공인의 월평균 수익은 191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전체 790만 명의 소상공인 중 65%에 달하는 520만 명은 월 수익이 16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폐업을 선택한 자영업자 수는 이미 100만 명을 돌파하며 자영업 생태계의 붕괴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인천 골목상권도 직격탄”… 지역 소상공인 단결권·교섭권 요구
이러한 위기 상황은 인천 지역 상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음식점, 카페, 편의점, 미용실을 비롯해 전통시장에 이르기까지 자영업 비중이 높은 인천은 원도심과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경기 침체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상태다.
황규훈 인천광역시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인건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많은 소상공인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며 “이번 결의대회는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소상공인이 지역경제의 주체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낸 절박한 목소리”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황 회장은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등 현장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노동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며 “소상공인의 단결권과 교섭권을 확보해 현장의 의견이 정부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천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지원체계 강화도 제안했다. 황 회장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인천지역센터의 기능을 확대하고 추가 거점센터를 건립해야 한다”며 “지역 소상공인들이 정책자금 지원, 컨설팅, 디지털 전환, 교육 등을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5인 미만 근로기준법 확대’ 및 ‘주휴수당 폐지’ 두고 격돌
현재 소상공인 업계가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는 쟁점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과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움직임이다.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나 유급연차휴가 등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노동계는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소상공인들은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이 발생할 경우 결국 고용을 축소하거나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인천 지역 자영업 매장의 상당수가 5인 미만 규모인 만큼,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도입된 지 73년이 지난 주휴수당 제도의 폐지 요구도 거세다. 소상공인들은 주휴수당 지급 부담을 피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근로시간을 쪼개서 고용하는 이른바 ‘쪼개기 알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청년층과 취약계층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빼앗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에 전통시장 긴장감 고조
정부가 추진 중인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방침 역시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핵심 현안으로 꼽혔다.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가 완화되어 새벽배송이 본격화될 경우, 동네 슈퍼마켓은 물론 반찬가게, 정육점 등 골목길 영세 상인들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인천의 대표적인 골목 상권인 신포시장, 모래내시장, 석바위시장, 강화풍물시장 등 지역 내 주요 전통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형 자본의 유통망 확장이 결국 지역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도미노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노동권 보호 vs 소상공인 생존… 사회적 합의 도출이 과제
소상공인들은 이번 범소상공인 결의대회를 통해 정부와 국회에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주요 요구안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중단 ▲일하는 사람 기본법 추진 중단 ▲주휴수당 폐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방침 철회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 특별위원회 설치 ▲소상공인 최저소득 보장제도 도입 등 총 7가지다.
그러나 노동계는 취약계층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기존 제도 개선안을 후퇴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대립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결국 노동권 보호라는 사회적 가치와 소상공인의 생존권 확보라는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정부와 국회가 어떠한 중재안과 조화로운 해결책을 도출할지가 향후 민생 경제의 향방을 가를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 의존도가 높은 인천 지역 경제 역시 이번 정책 논의의 결과에 따라 적지 않은 파고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