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배 칼럼]
조직을 들여다보면 묘한 현상을 발견할 때가 있다.
공적인 업무에는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개인의 이익과 이해관계에는 놀라울 만큼 적극적이다.
새로운 일을 추진하려 하면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부터 앞선다.
변화보다는 현상 유지를 선택하고, 발전적인 업무는 뒤로 미룬다.
이러한 모습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개인의 성향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다.
경쟁과 성과에 대한 압박이 약한 조직에서 나타나는 구조적인 현상일 수 있다.
새로운 일을 해서 얻는 보상은 불확실하지만 실패했을 때의 책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가장 안전한 선택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일을 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도 없고,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책임질 일도 줄어든다.
결국 성과보다 무난함을, 도전보다 현상 유지를 선택하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런 문화가 직위가 높아질수록 더욱 짙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의 미래를 고민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실수와 흠결을 찾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서로 협력해 성과를 만드는 팀플레이는 점점 약해진다.
이 과정에서 선출직, 임명직 리더의 한계도 드러난다.
리더는 조직을 이끌어야 하지만 변화를 추진할수록 반발과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리더가 조직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성과를 낸 사람보다 문제를 만들지 않은 사람이 안전하고, 결정을 내린 사람보다 결정을 미룬 사람이 편한 조직이 된다.
그러나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과 조직이 제대로 운영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변화를 미룬다고 환경의 변화까지 멈추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조직의 경쟁력과 도전정신은 서서히 약해진다.
건강한 조직은 실패하지 않는 조직이 아니라 도전과 책임이 공정하게 평가되는 조직이어야 한다.
리더의 역할 역시 모든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반대와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필요한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리더십이다.
도전보다 회피가 안전한 조직에는 발전이 없다.
책임보다 무책임이 유리한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유능함으로 평가되는 조직이 아니라, 도전하는 사람이 인정받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존중받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사)입법정책연구회 위원
사)한국 문인협회 강화지부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