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중대선거구제 도입 검토해 볼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초부터 유의미한 ‘정치적 화두’를 던졌다. 그동안 말만 무성했지, 실제 행동으론 나서지 못했고, 특히 정치인들에겐 ‘계륵’과 같았던 ‘중대선거구제’ 개편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한 언론매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단점에 대해선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후보 시절부터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혀왔던 입장의 연장선상으로 읽힌다.
중대선거구제는 선거구를 광역화해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제도다.
그동안 소선거구제는 선거구가 좁아 후보의 자질 파악이 쉽고 투표율은 높은 이점이 있었지만, 2위 이하의 사표가 많고 선거운동이 과열되는 단점이 있다는 지적이 대두돼 왔다.
그럼에도 논의의 진척을 보지 못했던 것은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이 선거판에서 유리했던 거대 양당의 세력 고착화가 있었다.
일단 정치권에서도 여야 모두 표면적으론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긍정적 기류가 있는 만큼, 이번 발언을 계기로 중대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김진표 국회의장 또한 지난 2일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승자 독식의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현행 소선거구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3월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국회 정치개혁특위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그럼에도 여야는 각 당의 셈법에 온도 차가 감지된다. 선거제 변화가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어 공식 입장을 쉽게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선거구에서 1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표를 양산하게 되고 정당 득표율과 실제 의석수 또한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는 데 있다.
소선거구제로 인해 군소 정당들의 원내 진입은 제약을 받았고, 당선자를 뺀 나머지 후보를 지지한 표심은 모두 무시됐었다.
특히 영남과 호남으로 대별되는 지역 구도가 여전히 살아 있는 우리나라에선 지역 기반을 가진 두 거대 정당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역할로 소선거구제가 작동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 된다’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았다.
선거 민의의 왜곡을 막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의 선거제 개혁이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정당과 정파를 초월한 청년 정치인들의 모임인 ‘정치개혁 2050’ 또한 이에 앞서 지난 18일 국회에서 전국 순회 청년 발언대를 열고 양당 독점 구조와 적대적 공생관계의 기반인 소선거구제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낡은 정치 소선거구 폐지하라’는 주제를 내세웠다.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 참여한 유권자 2874만1408표 가운데 43.7%인 1256만7432표가 ‘사표’가 됐던 점만 봐도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은 쉽게 알 수 있다. 국회의 생산적인 논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