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뉴스] 지난 24일 열린 제273회 부평구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제5차 행정사무감사에서 부평구 장애인 행정체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지체장애인협회 부평구지회의 ‘시설팀’ 소관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장애인단체의 위상과 행정 인식이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이는 정유정 의원(부평구 다선거구)이다. 정 의원은 타 지자체 사례를 비교 제시하며 “장애인단체를 시설 관리 체계 속에서 다루는 것은 인식의 문제이며, 장애인단체는 지역사회의 주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또한 “행정체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지”를 질의했고, 이에 대해 복지국장은 “내년 초까지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 ‘대표성’ 논란도 드러나… “단순 주민” 표현에 현장 민감
그러나 이날 답변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됐다. 복지국장이 등록 장애인 1,200명을 대표하는 지체장애인협회 부평구지회장을 단순히 ‘주민’으로 언급한 것이다.
장애인단체의 대표성과 공식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표현으로, 일부 위원들은 “인식 부족이 반영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현장의 아쉬움은 적지 않았다.
■ “기대하지 않음”과 “침묵의 역사”… 구조적 문제 드러나
정책 인식 부족은 단순한 발언을 넘어, 부평구 장애인사회가 오랫동안 겪어온 구조적 문제와도 연결된다. 부평 지역 장애인사회는 그동안 “기대하지 않음” → “요구하지 않음” → “행정은 문제없음으로 간주”라는 악순환 속에 놓여 있었다.
기대가 사라지니 목소리도 약해졌고, 행정은 그 침묵을 ‘수요 없음’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낡은 인식이 행정 구조와 관계를 굳혀온 것이다.

■ 11월 7일, 70여 명의 회원이 직접 움직였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1월 7일, 상황이 달라졌다. 지체장애인협회 부평구지회 회원 70여 명이 부평구청 앞에서 직접 집결해, 관리부서 조정과 인식 개선을 공식 요구했다.
이는 부평 장애인사회에서 보기 드문 집단적 행동이었으며, 그만큼 누적된 문제의식이 크다는 방증이었다. 하지만 당시 행정의 즉각적 반응은 없었다.
이후 여러 구의원들에게 이 사안이 전달됐지만, 응답을 보낸 이는 안애경 의장, 김동민 의원, 정유정 의원 단 세 명이었다.
이들은 장애인단체의 요구를 직접 듣고 필요성과 절박함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조용히 응답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고, 회원들은 그 차이를 분명히 기억하게 됐다고 말했다.

■ 장애인사회 내부에서도 변화… “침묵은 더 이상 대안이 아니다”
현장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회원들은 그동안 큰 요구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기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침묵이 결국 스스로의 권리를 뒤로 미루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을 인식했다. 협회 관계자는 “그래서 이제는 말하기로 했다. 천천히라도 앞으로 나아가자는 결심”이라고 전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절박함뿐 아니라, “존중받을 자리를 스스로 회복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
■ 이번 감사가 남긴 과제… “장애인을 시설의 대상 아닌 지역 공동체 주체로”
이번 행정사무감사는 부평구 장애인정책의 구조와 인식이 더 이상 과거 관성에 머물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장애인을 단순히 ‘시설 관리 대상’으로 분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지역의 한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평구 행정이 이번 문제 제기를 통해 실질적 행정체계 조정과 인식 개선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지역사회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관심으로 그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