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한강토의 목숨줄
권영심
지구의 식물을 다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 나는 절대 없다고 본다. 현미경으로 찾아내도 이 지구의 곳곳마다에 있는 식물을 다 알기란 불가능하다. 거기에 더해서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알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우리가 마음놓고 식물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이 땅의 선조 들의 목숨을 내놓은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동물이고 동물은 육식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식물은 애초에 인간의 식량에 들지 못 하는 존재였다.
그런 인간이 식물이나 곡물을 섭취하게 된 것으로 유랑의 시대가 종지부를 찍었고 가족과 부족과 국토와 국가가 생겼다. 우리가 쉽게 대하는 곡물과 식물은 인간을 인간다운 삶을 영위 하게 만든 귀중한 키포인트이기도 하다.
금수강산 대한민국 한강토의 이 땅이 얼마나 척박한 곳이었나를 세계사에 출현한 다른 나라들과 대비해 보면 알게 된다. 그림 처럼 아름답고 온갖 기화요초가 생겨나는 땅이었으나, 인간들이 모여 살기에는 그다지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그런 땅에서 국가를 이루고 세세만년 살아가게 만든 수많은 요인 들 중의 하나가 나는 나물이라고 감히 말한다. 그까이꺼 나물이? 그러나 이 땅의 역사를 면밀히 공부해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벼농사를 짓고 쌀을 생산하는 나라였으나 그 쌀을 마음놓고 먹을 수 있었던 날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먼 고대에 갈 것도 없이 경신대기근을 비롯한 수많은 기근과 장마나 가뭄은 연례행사처럼 이 땅을 찾아왔고, 그 때마다 백성들은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대식국이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한 끼 밥을 많이 먹는 백성들이 굶주리는 날엔 그 참담함이 극에 달했다.
그런 백성들을 살린 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나물이고 그 식물의 독성까지도 감수하며 먹어야 했고, 삼천리 강토의 모든 풀들이 먹거리가 되었다. 어떤 풀이라도 삶고 우려내어 된장 한 숟 가락 넣고 쌀 한 줌,풀어서 끓이면 나물죽이 되었다. 그 나물죽을 하루 한 끼라도 먹으면 살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풀을 다종다양하게 먹는 나라는 없다. 요리 강국이라고 부르는 몇 몇 나라의 풀 요리법은 얼마 되지 않고 먹는 종류도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못 먹는 풀이 거의 없다. 말리고 삶고 또 말려서 우려내서 기어이 해독하게 만들어서 오늘날 우리는 맛있는 나물로 잘 먹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요리를 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 다. 못 먹는 것이 없다라고 말할 만큼 한국인의 나물은 그 종류가 수 백가지이다. 그 나물들의 대부분이 다 독성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모든 식물은 나름의 독성이 있다.
몇 가지만 말해보자면 민들레는 역류성식도염을 유발하는 성분이 있는데 몸에 좋은 성분이 더 많이 있다. 민들레 뿌리부터 잎까지 나물로 무쳐 먹고 뿌리는 발효시켜 약용으로 사용한다.
곤드레는 온 나라 사람들이 비빔밥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목을 붓게 하는 악성이 있음에도 말리고 데쳐서 기어이 식용으로 만들었다.
두릅은 식중독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 땅의 사람들은 어린 순을 캐서 참두릅, 개두릅 가릴 것 없이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 다. 쑥은 또 어떤가? 이 땅에 지천으로 있는 쑥은 그야말로 쑥대밭이라고 부를 만큼 잘 자라지만 외국에선 경계경보를 발령 할 만큼의 독초로 분류된다.
고사리,원추리,도라지,토란,취나물,각종 버섯,삼나물,부추,자리 공, 삿갓나물, 아주까리잎, 옻순...이 맛있는 나물들은 외국에선 강력한 독초로 분류되는 것들이기도 하다. 한강토인들은 특별한 위장을 가졌을까?
살기 위해 ,살 것을 포기하지 않은 그 집요한 생의 의지가 바로 그 풀들을 먹게 했고 우리들의 먹거리가 되었다. 오늘날 어떤 고난에도 일어서는 우리의 유전자는 바로 그런 생의 의지가 만들어 내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