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심 칼럼]
#먹을 것에 관한 나의 이야기
한강 토의 파인 다이닝
오래 전부터 역사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장면이 먹는 모습과 상을 차려낸 모습이다. 과일을 통으로 올리고, 그 시대의 그 계절에 있을리가 없는 과일에다가 통닭에 바람떡,송편,시루 떡, 구절판, 그리고 색깔만 화려한 음식들이 교자상 가득 나가는 장면에서 가만히 한숨이 나온다.
수라상이거나 사대부가의 반상이거나 절대 올라갈 리 없는 음식 들이기 때문이다. 음식 고증은 필요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나름의 고증이 있는 음식들인지는 의문이지만 우리의 음식을 우리조차도 참 가볍게 여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약과를 예로 든다면 지금은 수제 약과도 한 개에 천 원에 살 수 있지만,조선시대의 약과는 왕가에서도 잘 먹을 수 없는 귀한 과자였다. 쌀보다 엄청 비쌌던 진가루와 기름,조청으로 만드는 약과는 명절이나 왕가의 탄신 축하연에서나 대신들도 겨우 맛볼 수 있었다.
그런데 기방의 술상에서도,일반 양반가의 다과상에서도 약과가 흔전만전이다. 그 시대의 음식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했다면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니 우리 음식에 대해 얕봤다는 말을 할수밖에 없다.
K문화의 확장으로 한식이 세계 음식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지만, 그것은 우리 고유의 식재료의 재발견이요 로컬 문화가 세계화되어 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금의 우리의 한식 대부분은 우리 땅에서의 삶과 밀착된 생활 음식일 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현대식 한식일 뿐이지, 우리의 고유의 고급 음식 궁중 음식과 사대부 가문의 비전의 진짜 한식 들은 단 한 가지도 제대로 세계에 나가지 않았다.
그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고급 음식은 세계의 그 어떤 파인다이닝보다도 정교하고 정밀하며 만드는 방법 하나 라도 오랜 수련이 필요하다. 가난하고 척박했던 이 한강토에서 무슨 제대로 된 음식이 있었을라구?
역사의 진면목을 우리는 학과 시간에 제대로 배우지 않았었고 음식에 대해선 더 그랬었다. 궁중요리니 뭐니,대다수의 사람들 은 지나간 시절의 음식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먹고 살고,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안간힘의 세월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 땅의 사람들은 어지간하면,사는 집은 소박했으나 먹고 입고 꾸미는 미의식은 어떤 나라 사람들이라도 못 따라올 만큼 눈이 높았다. 의식주라는 말은 한강토의 삶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 말이다.
아무리 쓰러져가는 오막살이에서 살았을망정 주변엔 꽃을 심었 고 절기 음식을 만들었고 명절빔을 마련했다. 그런 미의식으로 다져진 한강토인들 이기에, 오늘날 전혀 생소한 서양 요리를 배워 본토를 뛰어 넘는 요리사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아주 예전에 궁중요리를 연구하는 어느 요리인에게 잠시 우리의 진짜 음식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짧은 시간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너무나 많다. 우리의 진짜 음식은 외국인들은 정말 흉내도 못 내겠구나라는 각성을 몇 십 년 전에 이미 했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구증구포가 흔히,약재나 차를 만드는 방법 이라고 알고 있는데, 원래는 궁중의 어느 특별한 식재료를 준비 하는 방법이었다. 즉 인삼 하나라도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구증 구포의 방법을 거쳐서 흑삼을 만들어서 그것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음식이 곧 약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묵,특히 녹두묵을 만드는 방법은 너무나 오랜 시간과 정성을 요하는 것이어서 옛 방식 그대로 만들어 판매한다 면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옛 음식들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파인다이닝이었다.
긴 시간과 정교하고 숙련 된 솜씨를 요구하며 한 입에 사라지는 무채의 길이와 크기조차도 동일해야 했던 음식,궁중요리는 지금의 시간이 요구하는 음식들이 아니다. 사람의 시간, 분초가 돈으로 계산되어 지급해야 하는 현재의 세상에선 존재할 수 없는 음식들인 것이다.
현재 수많은 요리사들이 한식의 재해석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데, 엄밀하게 말하자면 나는 아니라고 본다. 본래의 음식을 만들어보지도,먹어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재해석 일까? 정통의 궁중요리를 만들고 고집하는 요리인은 그 요리법 을 지키고 보전하는 일에 전 생애를 걸고 있다;
우리의 고전 요리서가 얼마나 많은지도 모르면서,요리 방법조차 숙지하지 못 하면서 섬세하게 꾸며 장이 들어가고 한국의 식재료 가 들어 가면 한식인 것이 아니다. 지금의 음식은 새로 만들어지는 이 시대의 음식일뿐,예전의 한식과는 다른 음식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전통 문화라고, 대나무 발이나 화초장 등 그런 것만 놓여진 인테리어에,구절판만 나오면 전통 궁중요리라는 이름 붙이고 잡채를 내놓는 짓은 안 했으면 좋겠다. 당면은 근대에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니 말이다.
또 한국식 도자기에 갖은 재주를 부려 된장,고추장을 가미해서 꾸며 놓은 음식이 과연 전통 한식의 재해석인지 정말 모르겠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전통의 재해석이란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전통의 음식을 외진 곳에서 묵묵하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반드시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의 수고를 무위로 만드는 전통의 재해석은 아니다. 새로운 한식이 라고 이름하고 나름의 발전을 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