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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논설위원 칼럼] 정리 정돈하는 삶의 의미

권영심 논설위원

 

정리 정돈하는 삶의 의미

 

     권영심

이런저런 봉사를 오래 하면서 내가 배우고 깨닫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정말이지 삶의 모든 것이 스승이 아닌 것이 없음을 절감한다. 독거 노인들이 정말 많아져서 별별 유형의 삶을 보게 되는데 감탄할 때가 많다.

 

집의 형태나 크기에 상관없이 똑 떨어지게 정리 해 놓은 집에 갈 때가 있는데, 그 곳에 사는 노인도 몸과 마음이 완전히 정돈 된 것을 알게 된다. 낡고 초라한 살림살이지만, 오래 된 무언가라도 놓일 데 놓이고 있을 데 있는 정돈 된 상태는 마음을 얼마나 편안 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쓸모없이 쟁여두고 모아두고 집착 하는 물건이 없는 것이다. 비록 형편에 의해 타인의 도움을 받지만, 그것조차 삶의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하는 어르신은 언제 라도 다른 곳으로 건너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 노인은 잘 웃고 너그러우며 욕심이 없다. 가끔 무언가를 주기도 하는데 그게 무엇이든 나는 받아와서 소중하게 쓰거 나 다른 이에게 준다. 내가 가지고 있으면 짐만 돼...이제 돌아가야 할 길이 보이는 나이에 하나라도 덜어내며 자신을 정리정돈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잘 살고 못 살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정서의 반듯함이 노년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삶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나는 다함 없는 존경을 보낸다. 이 나이까지 살면, 사람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나름대로 생기는데 각자 다를 것이다.

 

나에겐 그 기준이 정돈 된 모습이다. 외모나 생활의 정돈도 중요 하지만 시간에서 일상까지 자신만의 패턴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에 가지는 긍정적인 느낌은 달라지지 않는다. 칠순의 나이에 바쁘다바뻐를 연발하며 자신을 봐주기를 바라는 사람을 보면 그 바쁜 인생에서 나는 빠져주고 싶다.

 

나는 어릴 때부터 정리를 잘 했고 강박적일 만큼, 정리가 안 되어 있으면 힘들었다. 깨끗하고 청결에 완벽이 아니라 모든 것이 나름의 법칙으로 정리정돈이 되어있어야 했다.

 

너무나 힘들고 절망스러울 때, 나는 옷장을 열고 그릇장을 열고 창고방을 열어 전부 끄집어내어 새로 정리한다. 무념으로 그렇게 하다 보면 앞이 보이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며 견딜 힘이 생기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정리의 힘이고 그 힘은 추락하려는 무언가를 붙들어 주었 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내가 있는 곳은 나름의 정돈이 되고 그 정돈 된 상태가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내게 있는 너무나 많은 무언가를 정리하고 보관하는 것은 무의미 한 일임을. 이제는 내보내는 것으로 나와 주변을 단촐하게 만드는 것이 삶을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또, 봉사를 다니다보면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이 기막 힐 정도로 어지럽게, 쌓아 놓고 사는 것을 보게 된다. 아이가 셋 있는 젊은 부부의 거실의 장식장에, 아기의 변기저귀와 커피잔과 양말이 함께 있는 것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부부는 너무나 태연했고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큰 아이의 몸에선 쉰내가 났다. 부모가 약간의 문제가 있긴 했으나 인지 가 가능했음에도, 거의 쓰레기통을 방불케하는 집안이 그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 봉사자들이 쓸고 닦고 아이들을 씻기고 집안에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치워도 태연했다. 한 달 후에 가면 똑 같은 일의 반복일 뿐이었다.

 

어느날 웬일인지 남편은 없고 혼자 있는 것을 본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함께 일하는 봉사자들이 조금 늦는다는 전화가 왔었다. 그래서 아이엄마와 대화할 시간이 조금 생긴 것이었다.

 

"ㅇㄹ씨, 청소하고 빨래하고 정돈하는 것이 힘들어요? 아이들이 크면 이제 학교가고 해야할 일이 더 많아질 텐데...저렇게 빨랫 거리를 쌓아두는 것보다 깨끗이 세탁해서 정돈하는 것이 마음에 기쁘지 않을까요?"

 

그러나...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 그 순간 알았다. 어떤 일로 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마음이 심하게 아프다는 것을. 나는 갑자기 더운 날에 긴 소매옷을 입고 있는 그녀의 팔을 잡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녀는 반항했지만 버들가지처럼 가녀린 그녀가 내 힘을 이기지 못 했다. 그녀의 팔은 등과 가슴은 온통 구타당한 흔적으로 가득했고 마침 사회복지사와 봉사자들이 와서 다 보게 되었다. 온 몸에 성한 데가 없었다.

 

사회복지사가 울면서 사진을 찍고 마침 돌아온 두 아이의 몸도 살폈다. 다행히 아이들은 폭행의 흔적이 없었고 그녀를 달래 가면서 얻어낸 내용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여기에 쓸 수 없을 만큼...

 

그녀의 몸과 마음은 폭력으로 병들었고 자신이 어떤 환경에 있어 도 무감각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주변을 흐트려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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