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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매일뉴스 권영심 논설위원 칼럼] 상위 1%의 사람들

 

상위 1%의 사람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는 약 오천만명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1950년생을 기준으로 75세 이상의 노령 인구는 얼마나 될까? 2023년 기준, 전체 인구 숫자의 7.7%가 넘고 있으며 2050년엔 이 비중이 2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것을 직관하자면 인구 네 명 중에 한 명이 75세의 노인이라는 말이니 초고령화 사회가 이미 도래해 있다.  65세 이상을 현재 노인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론 노인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부정해도 75세 이상은 노인일 수 밖에 없다. 잘 살아오고 평탄한 생을 보내온 현재의 75세는 예전의 55세 정도로 보아야 한다. 불과 몇 십년 만에 이십여년이 젊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의 노인들의 삶은 거의 비슷하겠지만 한강토에 태어난 1950년 이전의 노인들의 삶은 특별하다. 그 특별함이 좋은 것이 아니라 나쁜 쪽에 집중 된 특별함이니, 새삼 그 삶의 고단함에 머리가 숙여진다.

 

태어나자마자 전쟁이 터졌고 피난살이에,더 심하면 완전히 고향을 잃었으며 생이별을 겪고 타향살이로 일생을 마쳤다. 먹고 살기 위한 고통의 시간은 전 생애에 이어졌으며 죽을 때까지도 삶의 어려움이 이어지는 노년이 많다.

 

먹고 살만하고 부모와 조부모의 사랑속에서 태어나서 대학까지 마치고 직장인이 되어 결혼하고 아이들도 낳았다. 별다른 부침 없이 집도 장만하고 아이들도 성가시켜 손자 손녀들이 태어났고, 본인은 그렇게 아프지도 사별하지도 않았고 대화와 취미를 나눌 친구 몇 명이 있는 평범한 보통 사람.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고 이 정도를 누릴 수 있는 75세 이상의 노년은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상위 1%정도일 뿐이다. 내 삶에서도 긴 시간을 걸쳐 이런 사람을 딱 두 명 보았다. 자식을 먼저 보내지도 않고, 부모가 팔순이 지나 돌아갔고 부부가 함께 해로 하며 죽을 때까지 먹고 살만한 사람에 해당하는 노년이 딱 두 사람 이었다는 말이다.

 

여기에 더한다면 한 사람은 30여개국 이상의 해외 여행을 했고 한 사람은 비행기 공포로 해외여행을 못 갔다는 차이일 뿐이다. 지금 78세인데 별다른 일이 없다면 100세를 바라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루에 두 시간은 운동을 하는 것으로 보낸다.
이런 삶이 가능하고 영위하는 노년이 너무나 드문 것이 우리나라 노인들의 현실이다.

 

정말 많은 노년들을 보지만 정말이지 살아갈수록 비참해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번듯한 아파트에서 혼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노년들은 자신들이 왜 그렇게 사는 지를 스스로 알지 못 한다.

 

그토록 애써서 삶을 일구었는데도 지금 혼자가 되어 세상과 단절하고 사는 것, 모두가 남의 탓이다. 그 남의 탓에 탓을 더하고 스스로를 분노와 오해의 감옥에 가두니 그 고통은 오롯이 본인의 것이다. 삶이 곤궁해서 나라의 도움을 받고 산들 무엇이 부끄러운가?

 

나름 쓸 돈이 있는 주머니가 있는 노년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내놓아가며 사는 삶의 벅찬 행복을 깨달아야만 한다. 내어주고 나누어주고 함께 하면서 멀지않은 길을 함께 걸어가는 행복을 간절히 권하고 싶다.

 

어린 아이였을 때는 타인에 의해 좌우되는 삶을 살았고 청년기 에는 그저 뛰었고 장년기엔 먹여 살리느라 바빴고 중년기엔 나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던 우리 시대의 노년들... 생각 해보면 지금이 가장 자유롭고 편안한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만큼, 말하는 만큼, 행동하는 만큼 되어가는 것을 잊지 말자. 이 생에서의 나는 아이여도 청년이어도 노년이어도 나일 뿐이고, 그 '나'를 존엄하게 만드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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