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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건너 봄을 쓰다… 시와 붓으로 지역을 일군 예술인 이현숙

윤동주 탄생 109주년 기념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시와 캘리그래피로 부평 문학 현장을 지켜온 ‘자리의 작가’

 

[매일뉴스] 인천 부평의 문학 현장을 오래 지켜본 이들에게 이현숙 시인은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앞에 나서기보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시를 써온 그는, 언어와 형상이 한 호흡으로 만나는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온 지역 예술인이다.

 

 

이현숙 캘리그라피 명인장은 최근 윤동주 탄생 109주년 기념 전국 공모전에서 「봄을 내어주는 겨울」 외 2편의 시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심사위원단은 해당 작품에 대해 “자연 이미지의 정교한 사용과 절제된 서정성, 시인의 내적 성찰이 시대적 공감으로 확장된다”고 평가했다. 고통의 시간인 ‘겨울’을 회피하지 않고 통과한 이후에야 도달할 수 있는 ‘봄’의 의미를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여름도, 가을도 봄을 내어주지 않는다. 오직 혹독한 겨울만이 봄을 내어준다”는 시적 인식은 윤동주 문학이 지닌 성찰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대목으로 주목됐다. 단순한 기교를 넘어 삶의 태도가 언어로 응결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이현숙 캘리그라피 명인장은 현재 부평구예술인협회 문학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문학 생태계를 꾸준히 가꾸고 있다.

 

 

시인이자 캘리그래피 명인장 이라는 두 개의 길을 동시에 걷고 있지만, 그의 작업은 흔한 병행과는 결이 다르다.

 

타인의 시에 글씨를 입히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이 쓴 시에 스스로 붓을 드는 창작자다. 시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완성되는 지점까지, 언어와 형상이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의 문학은 언제나 낮은 자리에서 출발한다. 영웅적 서사나 과장된 희망 대신, 오늘을 견뎌낸 개인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언어가 작품을 이룬다. 심사위원들은 이를 두고 “개인적 체험이 보편적 공감으로 확장되는 힘”이라고 평했다.

 

지역에서의 활동 역시 그의 문학 세계와 닮아 있다. 이 작가는 오랜 시간 부평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시를 ‘잘 쓰는 법’보다 시를 대하는 태도를 전해왔다. 문학은 경쟁이 아니라 축적이며, 성취가 아니라 책임이라는 인식을 실천으로 보여왔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박선원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캘리그래피 작품 「결코 물러설 수 없다」를 선보이며 또 다른 방식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단호한 정치적 문장을 힘이 아닌 결기의 리듬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행사 전체의 분위기를 단단히 붙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 타고르 문학상 수상 경력을 통해 중앙 무대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이현숙 명인장은 지역을 선택했다. 그래서 그는 흔히 ‘인천의 숨은 보물’로 불리지만,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켜온 작가에 가깝다.

 

시를 쓰고, 붓으로 그 시를 완성하며, 사람을 키우는 일. 이현숙 작가에게 문학은 결과가 아니라 지속의 방식이다. 그 지속은 지금도 부평이라는 공간에서, 겨울을 지나 또 하나의 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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