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뉴스] 비가 촉촉이 내려앉은 2025년 10월 11일, 부평의 하늘은 흐렸지만 그날 사람들의 마음은 누구보다 맑았다.
인천시지체장애인협회 부평지회(지회장 전경천)가 준비한 ‘동행(同行) – 함께 걸어요’ 행사는 애초 야외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비로 모든 무대와 음향, 관람 좌석이 위태로워지며 행사 자체가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이 순간, 두 사람이 조용히 손을 내밀며 기적은 시작됐다. 이정호 부평성문화센터장과 부평구 청소년수련관 관장이 “행사를 멈추지 말라”며 실내 무대를 전격 개방한 것이다.
■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중요합니다”
행사 당일 새벽 굵어진 빗줄기에 주최 측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준비해 둔 야외 무대는 이미 젖었고, 수백명의 장애인 참가자 역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정호 성문화센터장이 전화를 걸었다. “우리 시설을 사용하세요. 이 행사는 멈춰서는 안 됩니다.” 이어 청소년수련관 관장도 응답했다. “비 때문에 돌아가게 할 순 없습니다. 공연장 전체를 열겠습니다.” 그 한마디는 모든 스태프와 봉사자의 마음을 움직였고, 길 잃은 행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 400여 명이 채운 박수…행사가 아닌 ‘증명’의 시간
급작스러운 장소 변경에도 불구하고 성문화센터와 청소년수련관 실내 무대는 400명이 넘는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장애인 회원, 자원봉사자, 시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자리했고, 단 한 명도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무대에 오른 장애인 참가자들은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노래하고 춤추었다. 서툴지만 절실한 몸짓, 떨리는 목소리 속에서도 환한 미소가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행사에서는 허정미 구의원과 박영훈 구의원이 노래자랑 심사위원으로 함께했으며, 참가자들의 무대를 끝까지 지켜보며 따뜻한 격려를 전해 박수를 받았다.
■ “오늘이야말로 진짜 동행”…정치와 행정을 넘어선 연대
이날 행사에는 차준택 부평구청장, 안애경 부평구의회 의장, 유경희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유재홍 국민의힘 부평갑 당협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부평갑·을 지역위원회 관계자, 인천지체장애인협회 남진영 처장, 지장협후원회 임재학 회장 등 지역 정치·행정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차준택 구청장은 “비 오는 날, 이렇게 따뜻한 마음이 모일 줄은 몰랐다”며 “오늘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장애인 정책에 더 힘을 실겠다”고 약속했다.
■ 전경천 지회장, “두 사람이 비를 멈추게 했습니다”
행사 말미, 전경천 지회장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 행사가 무사히 열린 것은 이정호 센터장님과 청소년수련관 관장님 덕분입니다. 두 분이 아니었다면 오늘은 없었습니다. 비를 멈춘 것은 우산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는 이어 “취임 8개월 동안 15개의 행사를 치르며 느낍니다. 지장협후원회(임재학 회장)와 수많은 봉사자가 함께할 때, 장애인 복지는 비로소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내년에는 부평과 인천이 더 큰 웃음을 만들 수 있도록 예산과 지원을 이끌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 비는 내렸지만, 마음은 맑았다
이번 ‘동행’ 행사는 단순한 복지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기대했기에, 포기하지 않았기에,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부평의 기적이었다. 누군가의 양보가 아닌, 모두의 참여로 완성된 날 하늘은 흐렸지만, 그날 부평의 마음은 끝없이 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