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뉴스] 분쟁과 갈등으로 얼룩진 세계 곳곳에서 평화를 위해 노력해온 여성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대표 전나영)은 19일 충북 청주 엔포드호텔에서 ‘2025 세계여성평화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갈등을 넘어: 희망과 회복을 향한 여성의 평화 리더십’이라는 부제로 국내외 여성 리더 800명이 참석해 지속가능한 평화 실현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말리 전 빈투 푸네 바우아헤 사마케 여성·아동·가족진흥부 장관, 예멘 파이자 압델라퀴브 살람 문화부차관, 리비아 아이샤 알 마흐디 샬라비 국회의원 등 현재 분쟁 중이거나 분쟁을 겪은 지역의 핵심 여성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주목을 끌었다.
◆분쟁지역 여성 리더들의 생생한 평화 메시지
콘퍼런스 1부에서는 분쟁과 위기 상황에서 여성 리더십이 평화 구축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조명했다. 아이샤 알 마흐디 샬라비 리비아 국회의원은 ‘분쟁의 시대, 평화를 말하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통해 전쟁과 분쟁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과 회복 가능성을 모색하는 여성의 역할을 제시했다.
이어 말리의 빈투 푸네 바우아헤 사마케 전 장관이 ‘회복을 향한 전환점, 여성의 평화 리더십’을 주제로 여성이 단순한 피해자나 조력자가 아닌 공동체와 국가 차원의 회복과 전환을 이끄는 핵심 리더임을 강조했다. 벨리즈 킴 심플리스 전 영부인은 ‘여성 리더십의 강력한 힘과 국제사회 평화에 기여하는 효과’를 주제로 포용적 리더십 모델로서의 여성 리더십을 조명했다.
특히 영상 발제자로 나선 국제여성지도자연맹(WILF) 암리타 카푸어 사무총장(호주)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와 여성·평화·안보(WPS) 의제를 통해 국제사회가 평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제도화하고 있는지 사례를 제시했다.

◆현장에서 증명된 여성 주도 평화 모델
콘퍼런스는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여성들이 공동체를 변화시킨 구체적 사례를 소개했다. 필리핀 마리아 테레사 로요 팀볼 부시장은 민다나오 지역을 갈등의 땅에서 평화의 터전으로 바꾼 경험을 공유했고, 몽골 부조 락슈미 환경기후변화부 성평등 자문관은 페미니스트 외교정책을 통해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교 영역으로 확장시킨 사례를 발표했다.
네덜란드 루스 알메다 리차드슨 국제자유주의여성네트워크 사무총장은 기후위기와 물 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서 여성의 참여와 리더십이 어떻게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정책을 만드는지 분석했다.
◆평화의 제도화와 교육을 통한 지속가능성 모색
콘퍼런스 후반부에서는 평화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도화와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맘푸라네 캐론 크고모 외교부 국장은 ‘지구촌 전쟁종식 평화 선언문(DPCW)’을 중심으로 여성의 참여가 평화 법제화 과정에서 핵심 주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조망했다.
특히 IWPG 평화위원장인 이해령 탈북민 희망클럽 재무이사는 ‘시민사회 속 여성의 역할: 분단국가에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를 주제로 한반도 평화 구축에서 여성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세계 각국 평화교육 확산 사례 공유
오후에 열린 2부 ‘여성평화교육 세션’에서는 평화교육의 실제 효과와 확산 방안을 다뤘다. 코트디부아르 나세네바 투레 디아네 여성가족아동부 장관은 국가 차원에서 IWPG 여성평화교육을 도입한 사례를 소개하고, 예멘 파이자 압델라퀴브 살람 문화부 차관은 분쟁 지역에서의 평화교육 필요성을 강조했다.
몽골에서는 군대 내 평화교육 도입 사례가 특별히 주목받고 있다. 몽골 국군공군사령부 르학바수렝 냠체첵 의료보급 장교는 군 내에서 160명이 평화교육을 수료한 성과를 발표하며 여성평화교육이 군 조직 내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설명했다.

◆평화가족 워크숍으로 실질적 협력 방안 모색
콘퍼런스 직후인 같은 날 오후 3시 15분부터는 청주 엔포드호텔 우암홀에서 '평화가족 워크숍'이 별도로 진행됐다. 이 워크숍은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여성의 리더십을 주제로 평화위원장, 홍보대사, 해외 지부장 등 핵심 관계자 90명이 참석해 국내외 인사들 간의 실질적 전략을 나누는 자리였다.
워크숍에서는 참석자들이 조별로 나뉘어 올해 평화가족으로서 각자의 목표와 활동을 점검하고, 향후 1년간 평화가족으로서 해야 할 구체적 과제를 논의했다. 미얀마 킨무무한 만달레이 여성청년기독교협회 총무, 몽골 볼드 바추브드 여성연합회 회장, 멕시코 카렌 엘리자베스 레온 로메로 UNAM 대학교 평화위원장 등 44명의 해외 인사와 25명의 국내 평화 활동가들이 참여해 각국의 평화 실천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다양한 부대행사로 풍성한 콘텐츠 제공
콘퍼런스와 함께 다양한 부대행사도 진행됐다. 17일에는 제7회 평화사랑 그림그리기 국제대회 본선 심사가 열리며 체코·인도·한국의 저명한 예술가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18일에는 외국 귀빈들을 위한 ‘평화문화 라운지’가 운영돼 한국 전통 문화 체험과 함께 컬러 소금 만들기, 한글 쓰기 체험 등 특별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전나영 IWPG 대표는 “분쟁과 갈등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평화를 위해 연대하고 행동해온 전 세계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속가능한 평화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영어, 한국어, 불어, 스페인어, 아랍어, 몽골어 등 6개 언어로 동시통역되며, 일본어, 미얀마어, 카자흐어, 체코어, 크메르어, 인도네시아어 등 6개 언어로 온라인 중계됐다.